2020스596 성년후견 개시 (가) 재항고기각
[성년후견 개시 청구에 대하여 한정후견을 개시한 사건]
◇1. 후견심판에서 법원이 청구취지에 기속되는지 여부, 2. 의사의 감정 없이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는지 여부◇
민법은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구별하여 개시 요건, 청구권자, 절차와 효과를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다.
성년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개시되고(제9조 제1항),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 한정후견이 개시된다(제12조 제1항). 성년후견의 요건과 한정후견의 요건 중에서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 부분은 같고,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와 ‘사무처리 능력의 부족’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아 둘 사이의 구별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성년후견의 청구권자인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제9조 제1항)과 한정후견의 청구권자인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제12조 제1항)도 대부분 동일하나, 한정후견인이나 한정후견감독인은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이나 성년후견감독인은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경우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반면(제10조 제1항 참조), 한정후견이 개시된 경우 피한정후견인은 유효하게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가정법원이 피한정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제13조 제1항 참조).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가사비송사건으로서,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성년후견이든 한정후견이든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제9조 제2항, 제12조 제2항).
위와 같은 규정 내용이나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청구 취지와 원인, 본인의 의사, 성년후견제도와 한정후견제도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어느 쪽의 보호를 주는 것이 적절한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절차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 의사의 감정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고,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고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은 “가정법원은 성년후견 개시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할 경우에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나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켜야 한다. 다만,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나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의미는 의사의 감정에 따라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는지를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의학상으로 본 정신능력을 기초로 하여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의 개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의사의 감정이 없더라도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
☞ 원심이 재항고인의 성년후견 개시 청구에 대하여 의사의 감정 없이 한정후견을 개시한 제1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 사안에서, 위 법리에 따라 원심결정을 수긍하고 재항고를 기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