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도9680 재물손괴 (자) 파기환송
[위법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집 공고문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제거한 사건]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의 의미 및 이를 부정한 원심이 타당한지 여부(소극)◇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761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 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정당한 소집권자인 회장의 동의나 승인 없이 위법하게 게시된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손괴한 조치는,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 하에 그 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의 적법한 대표자 자격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는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하여 입주자 및 사용자의 보호와 그 주거생활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공동주택의 질서유지 및 입주자 등에 대한 피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도 볼 수 있다.
☞ 일부 동대표들이 제안한 피고인에 대한 회장해임 안건이 절차와 규정에 맞지 않음을 이유로 거절되자 관리소장이 위 동대표들의 요구에 따라 회장인 피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건을 포함한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집을 알리는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제거한 사안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이 사건 공고문이 계속 게시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게시판의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소집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지 아니하며, 다음날이 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최되는 당일이어서 시기적으로 달리 적절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당행위의 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