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8703 판결 [부당이득금]
사 건
2023다288703 부당이득금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A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B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2나114698 판결
판결선고
2024. 1. 25.
주 문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제1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 명의의 은행계좌에 송금한 5,400만 원 중 피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금액인 피고의 이득액은 피고가 성명불상 사기범의 요청으로 반환한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400만 원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이득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의 제1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214038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성명불상 사기범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 방조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1) 피고와 성명불상 사기범 사이에 이루어진 이 사건 굴삭기의 거래 방법이 이례적이고비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인적 사항을 전혀 모르는 성명불상 사기범이 탈법 내지 불법적인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입금된 매매대금 5,400만 원 중 5,000만 원을 사기범의 요구에 따라 제3의 계좌로 송금하면서 5,400만 원의 입금 명의인과 5,000만 원의 수취인이 다른 이유 등을 알아보거나 매매 현장에서 곧 이루어질 확인절차 등을 거치고 5,000만 원을 송금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2) 피고로서는 이 사건 매매가 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것이라는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임에도 오히려 피고는 피싱 범죄가 아니라 세금탈루 정도의 불법행위에 그치는 것이라고 착각하여 5,000만 원을 성명불상 사기범이 지정한 계좌에 송금할 것을 수락하고 실제 실행하여 이 사건 편취금이 성명불상 사기범에게 귀속되도록 협조한 과실이 있고, 피고의 이러한 과실 방조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르면, 아래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성명불상 사기범의 말에 속아 이 사건 굴삭기를 매도할 목적으로 이 사건 굴삭기 사진, 건설기계등록증 사진, 인감증명서 사진, 건설기계양도증명서 사진, 피고 명의 은행계좌번호 등을 휴대전화 문자로 전송해 준 피해자로 볼 수 있고, 피고가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대가를 받지도 않았다.
나) 피고가 이 사건 굴삭기를 매수할 것처럼 행세하는 성명불상 사기범의 요청에 따라 위와 같이 이 사건 굴삭기 사진 등을 전송해 준 것은 이 사건 굴삭기 매매과정에서 굴삭기의 상태나 정당한 등록 및 소유권 확인 등을 위하여 필요한 자연스러운 일일 뿐 거래상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다. 당시 피고로서는 원고나 성명불상사기범과 전혀 모르는 사이로서 사기범이 이 사건 굴삭기 사진 등을 피싱 범행에 이용하리라는 것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다) 원고는 성명불상 사기범에게 기망당하여 5,400만 원을 피고 명의 은행계좌에 송금함으로써 위 돈을 처분하는 행위를 이미 한 것이고, 피고는 그 후 매수인이자 위 돈의 송금인으로 알고 있는 성명불상 사기범의 요청에 따라 위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해 준 것에 불과하다. 당시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한 관계에서 위와 같은 이체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로서는 아직 성명불상 사기범에게 이 사건 굴삭기의 소유권이전등록에 관한 서류를 교부하거나 위 굴삭기를 인도해 주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위와 같은 이체행위가 매도인으로서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당시 피고가 위 이체행위로써 위 편취금이 성명불상 사기범에게 귀속하게 된다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에게 성명불상 사기범의 불법행위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거나 피고의 행위와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과실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과실 방조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피고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