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속보.피고 문중이 종중 유사단체로서 당사자능력을 가졌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대법원 2020. 10. 15. 선고 중요판결]

피고 문중이 종중 유사단체로서 당사자능력을 가졌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대법원 2020. 10. 15. 선고 중요판결]

 

2020다232846   총회결의무효확인등   (차)   파기환송
[피고 문중이 종중 유사단체로서 당사자능력을 가졌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
 
◇1. 어느 문중이 종중 또는 종중 유사단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이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등으로 구성되는 가족 또는 당대의 일가 범위를 넘어서야 하거나, 망인으로부터 여러 세대가 흘러 망인과 더는 상속관계에 있지 아니한 후손 또는 후예들로만 구성원이 이루어져야 종중 유사단체에 해당할 수 있는지(소극), 2. 고유종중 또는 종중 유사단체가 당사자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 사실심 변론종결시)◇

  1. 고유 의미의 종중(이하 ‘고유 종중’이라고 한다)이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종원 상호 간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관습상 종족집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하여 성립하며 그 대수에도 제한이 없고, 공동선조의 후손은 그 의사와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종원)이 되는 것이며 그중 일부 종원을 임의로 그 종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범위 내의 자들만으로 구성된 종중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만일 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범위 내의 종원만으로 조직체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면 이는 본래 의미의 종중으로는 볼 수 없고, 종중 유사단체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종중 유사단체는 비록 그 목적이나 기능이 고유 종중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부에 의하여 인위적인 조직행위를 거쳐 성립된 경우 사적 임의단체라는 점에서 고유 종중과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구성원의 자격이나 가입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20567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1641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종중 또는 종중 유사단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등으로 구성되는 가족 또는 당대의 일가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거나, 망 甲으로부터 여러 세대가 흘러 피고 문중이 망 甲과 더 이상 상속관계에 있지 아니한 후손 또는 후예들로만 이루어져야 비로소 종중 유사단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고유 종중의 경우 어느 선조가 생존하는 동안에는 그 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를 위한 종중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대법원 1990. 7. 10. 선고 89다카33630 판결 참조), 망 甲이 사망한 뒤로 피고 문중이 망 甲을 시조로 하는 종중 유사단체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마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이 피고 문중의 회원 중에 망 甲의 동생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망 甲의 일부 손자녀가 누락되어 있음을 언급한 것 역시, 종중 유사단체는 고유 종중과는 달리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구성원의 자격이나 가입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2. 당사자능력은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청구의 당부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며, 소송요건은 사실심의 변론종결시에 갖추어져 있으면 되는 것이므로, 고유 종중 또는 종중 유사단체가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당사자로서의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사실심인 원심의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존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4다8159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다646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종중 유사단체는 반드시 총회를 열어 성문화된 규약을 만들고 정식의 조직체계를 갖추어야만 비로소 단체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동의 재산을 형성하고 일을 주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계속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여 온 경우에는 이미 그 무렵부터 단체로서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다264628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피고 문중이 이 사건에서 당사자로서의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사실심인 원심의 변론종결 당시까지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하여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면 되고, 시조인 망 甲이 사망한 시점 내지는 본안에서 그 존재 및 효력 유무가 다투어지는 피고 문중의 2017. 7. 11.자 및 같은 달 26.자 각 총회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물론 이 사건의 경우처럼 총회 결의의 존부나 효력이 다투어지는 사건의 경우에는 해당 총회 결의 당시 단체로서의 실체를 가진 종중 유사단체가 이미 성립, 존재하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그러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해당 총회 결의의 존재 또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사유로 삼을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안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면서 살펴야 할 문제이고, 소송요건에 속하는 문제인 종중 유사단체의 당사자능력의 유무를 판단할 때 가려야 할 바는 아니다.

☞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원심이 그 변론종결일 당시가 아니라 이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망인의 사망 전을 기준으로 피고 문중의 당사자능력 유무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피고 문중의 목적 및 소기의 사업과 관련하여 그 구성원들이 그동안 어떠한 활동을 하여 왔는지 등을 추가로 심리하여 피고 문중이 종중 유사단체로서 비법인사단의 단체성을 갖추었는지를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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