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혼인의사의 부존재를 이유로 한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사건[대법원 2021. 12. 10. 선고 중요판결]

2019므11584(본소), 11591(반소) 혼인의무효(본소), 이혼(반소) (바) 파기환송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혼인의사의 부존재를 이유로 한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사건]
 
◇1. 혼인의사의 부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판단의 기준, 2. 혼인 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던 것과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구별할 필요성과 유의점, 3.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에 대한 심리・판단에 있어 유의할 점◇
 
가.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 등 참조). 혼인무효 사건은 가류 가사소송사건으로서 자백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는바(가사소송법 제12조, 제17조),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혼인신고 당시에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사유를 주장하면서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가정법원으로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혼인의사의 부존재가 합리적․객관적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나. 민법은 혼인성립 이전의 단계에서 성립요건의 흠결로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은 혼인무효(민법 제815조)와 혼인이 성립한 후 발생한 사유로 혼인이 해소되는 이혼(민법 제840조)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혼인무효는 이혼의 경우에 비하여 가족관계등록부의 처리 방식이 다르고, 이혼과 달리 혼인무효의 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족급여나 상속과 관련된 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주장할 수 있어 유리한 효과가 부여된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 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던 것인지,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ㆍ판단하여야 하고, 혼인의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고 내면적인 것이라는 사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혼인생활 중에 나타난 몇몇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하여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인 배우자에 대하여 혼인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경우, 가정법원은 위 법리에 더하여 통상 외국인 배우자가 자신의 본국에서 그 국가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 절차를 마친 후 그에 기하여 우리나라 민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하는 절차를 거쳐 비로소 혼인생활에 이르게 된다는 점, 언어장벽 및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인 남성(원고)이 국제결혼을 한 키르기즈 공화국 여성(피고)을 상대로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한 사안으로, 원심은 피고가 자신의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준 점, 원고와 동거한 기간이 40일에 불과하고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직후 가출한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의 혼인의사 부존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혼인무효 확인을 하였음
 
☞ 대법원은, 피고가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주었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의사의 부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인 점, 원고가 키르기즈 공화국을 방문하여 그곳 법령에 따른 혼인신고를 마친 후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이후 결혼이민비자를 통해 외국인 배우자가 국내에 입국할 때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 절차 비용 등을 도외시한 채 국내 동거기간이 40일이라는 사정만으로 혼인의사를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점, 원심이 든 사정들은 대부분 혼인이 성립된 이후의 사정으로서 오히려 혼인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쉽게 그 지속을 포기하였다는 이혼사유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이유로 원심이 합리적・객관적 근거 없이 쉽게 혼인의사 부존재를 추단한 것으로 보아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