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다213289 손해배상(기) (자) 상고기각
[양계업자인 원고가 동물의약품 제조․판매업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제조한 동물의약품에 표시상의 결함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
◇1.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피고 제조 동물의약품을 투약한 닭들이 산란한 계란에서 약품 성분의 검출사고가 발생한 사안에 대한 피고의 표시상의 결함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ㆍ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제조․판매한 엔로트릴은 가축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약품으로, 주된 소비자는 원고와 같은 양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축 사육업자들이지만 최종적인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축산식품의 잔류 동물약품에 의한 오염 여부는 그에 따른 상당한 책임 문제가 수반되는 사육업자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동물약품의 전문 제조․판매업자인 피고로서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휴약기간 미준수의 경우 식육 등 축산식품에 약물이 잔류될 수 있어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여 준수’하도록 한 엔로트릴의 권고사항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10대 수칙’에서 휴약기간 동안 사료 통, 축사, 사료저장고 등을 완전히 청소한 후 약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와 물만 먹이라는 주의사항을 둔 것도 잔류 동물약품으로 인한 축산식품 오염의 위험성이 축산식품의 생산ㆍ판매 및 그 전제 되는 동물약품의 구입ㆍ이용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됨을 나타낸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위와 같은 사유들은 그 직접 소비자인 사육업자들로서도 엔로플록사신에 표시된 휴약기간의 철저한 준수 외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계분을 통한 간접 섭취 등 구체적 사육환경 하에서 휴약기간 준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관리상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내용의 소비자 측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앞서 본 엔로플록사신의 특성, 예상 가능한 사용형태, 그 안전성 혹은 위험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인식의 정도,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및 그 위험회피를 위한 표시 등 조치의 난이도 및 신뢰 혹은 기대 가능성 등에 비추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나마 그 간접 섭취(투약)에 따른 휴약기간의 변동(조정)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아니함에 따른「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및 피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배제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원고는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이고, 피고는 동물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며, 피고가 제조하는 엔로트릴은 엔로플록사신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임. 엔로플록사신은 계란에서는 잔류가 허용되지 않음
☞ 원고는 축사에 새로운 닭을 들이고 엔로트릴을 투약하였음. 이후 원고는 위 닭들로부터 생산된 계란을 생활협동조합에 납품하였으나 원고가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음. 원고의 닭들이 생산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된 것은 원고의 닭들이 엔로트릴을 섭취한 다음 배설한 계분에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고 닭들이 이를 다시 섭취하는 과정에서 닭들의 체내에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잔류하게 된 것이었음
☞ 원고는 엔로트릴에 계분을 통한 섭취와 잔류가능성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표시상의 결함이라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구하였고, 원심은 엔로플록사신의 잔류가능성은 양계업을 운영하는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므로 피고로서는 휴약기간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는 위험에 관하여 주의 깊게 조사하여 이를 표시하였어야 함에도 휴약기간을 닭의 경우 12일로 표시하였을 뿐 예외 사정을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인정하였고, 대법원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