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또는 신주인수권증권 투자자인 원고들이 대표이사 및 회계법인에 대하여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대법원 2022. 7. 28. 선고 중요판결]

2019다202146   손해배상   (가)   상고기각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증권 투자자인 원고들이 대표이사 및 회계법인에 대하여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

◇1. 대표이사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분식회계로 인한 허위공시를 알 수 없었음(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 단서)의 의미 및 회계부정에 관한 감시의무 위반 판단기준, 2. 회계법인의 감사상 주의의무 위반 판단기준, 3. 분식회계 공표 전 매각 부분ㆍ매각하지 않은 주식의 공표 전 주가 하락분 부분에 대한 손해 인과관계 추정 복멸 여부(소극) 및 신주인수권증권에 대하여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추정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1. 대표이사의 주의의무 또는 감시의무와 내부통제시스템에 관한 법리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의 규정을 근거로 증권의 취득자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당시의 주식회사 대표이사에 대하여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으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배상의무자인 대표이사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제162조 제1항 단서). 여기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란 대표이사가 자신의 지위에서 재무제표 작성·공시업무와 관련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 갖는 주의의무나 감시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다는 것을 가리킨다.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한다는 것은 ‘대표이사로서 위와 같은 주의의무나 감시의무를 제대로 수행한 후 허위기재 등이 없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증명하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81981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76253 판결 등 참조).

  이사는 다른 업무담당이사가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를 진다. 특히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참조). 따라서 대표이사는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으로 작성된 재무제표의 중요사항에 허위기재 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과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가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대표이사나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 없다. 그러한 경우 합리적인 정보ㆍ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이하 ‘내부통제시스템’이라 한다)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은 회사가 사업운영상 준수해야 하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하여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

  특히 회사 업무의 전반을 총괄하여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는 대표이사는 회계부정이나 오류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적발·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만일 대표이사가 이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회계업무에 관한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하였다면, 대표이사로서 감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등 참조).

  내부통제시스템이 합리적으로 구축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는지는 어떠한 제도가 도입되어 있고 어떠한 직위가 존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내용이나 직위에 부여된 임무가 무엇인지, 그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임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었는지를 살펴 판단해야 하고,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이사 등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이는 회계업무와 관련하여 구「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 한다)에 따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거나 재무담당임원(CFO)이 임명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감사인은 구 외부감사법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피고 회계법인이 ○○○조선해양의 제45기, 제46기 재무제표를 감사할 당시 적용되던 회계감사기준(2005. 3. 29. 제정되고 2007. 12. 21. 개정되어 2007. 12. 28.부터 시행된 것, 이하 ‘회계감사기준’이라 한다)에 따르면 감사인은 감사 대상인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에 의해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계획·수행해야 한다(회계감사기준 200의 2.3). 그와 같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사정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를 간과하여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해 실제로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되었는지를 결정하는 데 적합한 정도의 감사절차를 진행해야 하므로, 경영자의 진술이나 피감사회사가 제출한 자료 등을 신중한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회계감사기준 240의 3, 500의 1.2 등 참조). 마찬가지로, 회계업무나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속한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회계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다면 그에 대한 감사절차도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다36930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등 참조)

  3. 인과관계의 존부와 손해액 추정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근거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손해액은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에 따라 산정된 금액으로 추정되고, 감사인은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3항에 따라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 인과관계 부존재 사실의 증명은 직접적으로 문제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때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손해액을 추정하는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주식 가격의 형성이나 그 위법행위 공표 이후 주식 가격의 하락의 원인이 문제된 해당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20728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18099 판결 등 참조).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정식으로 공표되기 이전에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부양된 상태의 주가에 모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표일 이전에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진 경우에는 주가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정을 증명하거나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친 영향의 정도를 증명하거나 또는 매수시점과 매도시점에서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정상적인 주가까지 증명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문제된 허위공시의 내용이 분식회계인 경우에는 그 성질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분식회계 사실의 공표를 갈음한다고 평가할 만한 유사정보(예컨대 외부감사인의 한정의견처럼 회계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보, 회사의 재무불건전성을 드러내는 정보 등)의 누출이 사전에 조금씩 일어나기 쉽다는 점에서 더더욱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 자체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구 증권거래법에 관한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81981 판결 참조).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은 ‘증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종류를 한정하고 있지 않고, 구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증권‘에는 주권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이 포함된다(제4조 제1항, 제4항). 따라서 위 법리는 주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  ○○○조선해양이 발행한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증권 투자자인 원고들이 분식회계로 인한 허위공시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고 대표이사와 피고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에서, 피고 대표이사와 피고 회계법인의 구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한 사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