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약정에 기해 교부된 돈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2. 6. 30. 선고 중요판결]

2017도21286   횡령   (가)   파기환송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약정에 기해 교부된 돈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1.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 횡령죄 성립에 필요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2. 위탁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3.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경우 그러한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도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인지 여부(소극)◇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탁관계가 있는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경우 그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인지와 상관없이 그러한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  피고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이하 ‘무자격자’)들끼리 노인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교부받은 투자금을 임의로 처분하여 횡령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보관하던 투자금은 의료법 제87조, 제33조 제2항에 따라 처벌되는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되었으므로, 해당 금원에 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가 인정됨을 전제로 일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