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13957 정치자금법위반 (라) 상고기각
[같은 날 이루어진 1, 2회 검찰 피의자신문 중 2회 피의자신문만을 영상녹화하고 그 영상녹화물을 봉인하지 않은 경우, 해당 영상녹화물에 의하여 구 형사소송법(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2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 작성의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
◇1.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규정된 영상녹화물에 대한 봉인의 방식과 절차를 위반하여 제작ㆍ조사 신청된 영상녹화물에 의하여 구 형사소송법(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2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봉인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영상녹화물로 조서에 대한 실질적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 3.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이 조사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도록 한 취지 및 같은 날 조사가 수회 이루어진 경우 조사 과정 전부를 영상녹화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가) (1)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의 원칙과 헌법 제27조에 의하여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및 직접심리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이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등 서면증거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과 소송경제의 요청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일 뿐이므로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도8325 판결 등 참조).
구 형사소송법(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제312조는 제1항에서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은 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에 관하여 그 영상녹화의 과정, 방식 및 절차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244조의2,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2 제3항, 제4항, 제5항, 제134조의4),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예시된 영상녹화물은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제작되어 조사 신청된 영상녹화물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6586 판결 참조).
(2) 형사소송법은 제244조의2 제2항에서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그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형사소송규칙은 제134조의4에서 “법원은 검사가 영상녹화물의 조사를 신청한 경우 이에 관한 결정을 함에 있어 피고인 또는 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영상녹화물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어 봉인된 것인지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게 하여야 하고(제1항)”,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봉인을 해체하고 영상녹화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생하는 방법으로 조사하여야 하며(제3항 전문)”, “재판장은 조사를 마친 후 지체 없이 법원사무관 등으로 하여금 다시 원본을 봉인하도록 하고, 원진술자와 함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하여 검사에게 반환한다(제4항 본문)”라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서 영상녹화물에 대한 봉인절차를 둔 취지는 영상녹화물의 조작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영상녹화물 원본과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형사소송법 등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려면 원칙적으로 봉인되어 피의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영상녹화물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봉인절차를 위반한 영상녹화물로는 이를 증명할 수 없다.
다만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봉인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더라도 영상녹화물 자체에 원본으로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나 장치가 있어 조작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영상녹화물을 법정 등에서 재생ㆍ시청하는 방법으로 조사하여 영상녹화물의 조작 여부를 확인함과 동시에 위 조서에 대한 실질적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라면 형사소송법 등이 봉인절차를 마련하여 둔 취지와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서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나) 형사소송법은 제244조의2 제1항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하는 경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규칙은 제134조의2 제3항에서 영상녹화물은 조사가 개시된 시점부터 조사가 종료되어 피의자가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 전 과정이 영상녹화된 것으로서 피의자의 신문이 영상녹화되고 있다는 취지의 고지, 영상녹화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및 장소의 고지, 신문하는 검사와 참여한 자의 성명과 직급의 고지, 진술거부권ㆍ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 등의 고지, 조사를 중단ㆍ재개하는 경우 중단 이유와 중단 시각, 중단 후 재개하는 시각, 조사를 종료하는 시각의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등에서 조사가 개시된 시점부터 조사가 종료되어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 조사 전 과정이 영상녹화되는 것을 요구하는 취지는 진술 과정에서 연출이나 조작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 여기서 조사가 개시된 시점부터 조사가 종료되어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라 함은 기명날인 또는 서명의 대상인 조서가 작성된 개별 조사에서의 시점을 의미하므로 수회의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최초의 조사부터 모든 조사 과정을 빠짐없이 영상녹화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 같은 날 이루어진 수회의 조사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사 과정 전부를 영상녹화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 피고인 甲은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돈을 피고인 乙로부터 기부받았다는 혐의로, 피고인 乙은 같은 돈을 피고인 甲에게 기부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음. 피고인 乙에 대하여 검찰에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2번의 피의자신문이 이루어졌는데, 그중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두 번째 신문에 대해서만 영상녹화가 이루어졌음. 피고인 甲, 乙은 공판 단계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피고인 乙은 검사 작성의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이하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였음. 이에 검사는 구 형사소송법(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기 위하여 피고인 乙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이하 ‘이 사건 영상녹화물’)에 대한 조사를 신청하였는데, 위 영상녹화물을 담은 봉투가 봉인되어 있지 않았음
☞ 원심은, 형사소송법 등이 규정한 봉인절차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피고인 乙에 대한 검찰에서의 제2회 피의자신문을 녹화한 이 사건 영상녹화물에 의하여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이 증명되었다고 보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였고, 피고인 乙에 대한 제1회 검찰 조사 개시부터 영상녹화를 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① 이 사건 영상녹화물은 봉인되지는 않았지만 부착된 라벨지에 있는 피조사자의 서명, 무인과 인쇄된 해시 값 등으로 볼 때 이 사건 영상녹화물 자체에 원본으로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나 장치가 있어 조작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영상녹화물을 법정 등에서 재생ㆍ시청하는 방법으로 조사하여 영상녹화물의 조작 여부를 확인함과 동시에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나아가 ② 피고인 乙에 대한 제1회 검찰 조사와 제2회 검찰 조사가 같은 날 이루어졌는데 제1회 검찰 조사부터 영상녹화되지 않고 제2회 검찰 조사부터 영상녹화되었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조사임에도 수회로 나누고 회유와 협박 등을 통해 자백을 유도한 후 자백하는 조사에 대해서만 영상녹화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영상녹화의 방식과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음